별이의 타로

/ 에피소드 / 이별

이별 후, 마음이 도무지 안 정리될 때

별이는 새벽 골목의 담장 위를 걷고 있었어. 두 시 반 — 발밑까지 조용한 시간인데, 어느 창에서 새어 나온 파란 빛이 담장 아래를 깜빡깜빡 물들이고 있었어. 휴대폰 불빛이야. 별이는 별꼬리를 발끝에 감고 담장에 앉아 잠깐 지켜봤지.

그 사람은 사진첩을 열고 있었어. 엄지로 화면을 쓸어 올렸다가, 한 장에서 멈췄다가, 다시 내렸다가. 프로필을 열어봤다가 그냥 닫고. 이별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의 밤은 원래 이래. 몸은 오늘에 있는데, 마음만 자꾸 어제로 걸어가.

별이는 그 창가에 카드 한 장을 살며시 비췄어. 컵 5. 세 개의 잔이 엎어져 쏟아졌고, 검은 옷의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그걸 바라보는 카드야. 슬픈 그림 맞아. 근데 이 카드엔 잘 안 보이는 구석이 하나 있어. 그 사람 등 뒤에, 아직 넘어지지 않은 잔이 두 개 서 있다는 것.

컵 5는 재촉하지 않아. 지금은 쏟아진 걸 바라보는 시간이 맞다고, 억지로 "난 괜찮아"를 연습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줘. 다만 눈물이 조금 마른 어느 날, 뒤에 남은 잔 두 개가 문득 보일 거라고. 돌아보는 건 그때 해도 늦지 않다고.

이별을 빨리 정리하는 법 같은 건 별이도 몰라. 슬픔엔 지름길이 없거든. 거꾸로 놓인 마음도 길의 일부야 — 잠깐 멈춰 선 자리일 뿐, 끝난 길이 아니야. 그리고 혼자 견디기엔 너무 무거운 밤이 이어지면, 곁의 사람이나 전문가의 손을 잡아도 돼. 그건 지는 게 아니라 쉬어 가는 거야.

오늘은 딱 하나만 하자. 사진첩 대신 이불을 끌어당기고 눈을 감는 것. 남은 잔 두 개는 도망 안 가. 별이가 담장 위에서 확인했어.

지금 네 마음은 어디쯤 왔을까? 오늘의 한 장 만나보기 →

이 이야기의 카드

관련 에피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