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의 에피소드
카드 설명서가 아니라, 별이가 밤 산책을 하다 만난 이야기들이야. 비슷한 밤을 보내고 있다면 하나 골라 읽어봐.
자존감벌써 9월, 하반기 계획이 하나도 안 지켜졌을 때
9월 첫 주 밤, 4월에 이름표를 꽂아두고 여름내 못 온 자투리 텃밭 앞. 휴대폰엔 1월에 적은 목록이 열려 있었어.
연애고백 타이밍, 나만 느린 것 같을 때
8월 끝자락 밤, 도서관 무인 반납함 앞. 책을 안은 채 한참 서 있던 사람은 방금 몇 주째냐는 말을 듣고 온 참이었어.
관계새로 사람 사귀기가 버겁다면, 인간관계 피로일지도
처서 지난 밤, 무인 세차장. 여름 자국을 씻어내는 이십 분 동안 단톡방 초대가 두 번 울렸고, 그 사람은 화면을 엎어놨어.
직장휴가 후유증, 다녀왔는데 일상이 낯설 때
여름 끝물 저녁, 버스에서 내린 사람의 출근 가방엔 비행기 수하물 스티커가 아직 붙어 있었어. 몸만 먼저 돌아온 걸음이었지.
감정열대야에 잠 안 올 때, 생각이 안 눕는 밤
새벽 두 시, 하천 산책로 벤치. 얼음컵을 든 사람이 앉아 있었어. 몸은 젖은 수건처럼 지쳤는데, 눈만 말똥한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