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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할까 말까, 밤새 망설인 사람에게

버스도 끊긴 시간, 동네 어귀엔 아직 공중전화 부스가 하나 남아 있어. 요즘은 아무도 안 쓰는데 불만은 꼬박꼬박 켜지는, 그런 부스. 별이는 그 지붕에 엎드려 있다가, 부스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을 봤어. 전화를 걸러 온 건 아니야. 손엔 자기 휴대폰이 들려 있었거든. 그냥, 불빛이 필요했나 봐.

별이는 지붕 가장자리에서 고개를 거꾸로 내려 유리 너머를 봤어. 고양이는 이 자세가 꽤 편해. 화면엔 보내지 못한 메시지가 한 줄. 지웠다가, 다시 썼다가, 전송 버튼 위에서 엄지가 몇 번이나 멈추는지 — 부스의 낡은 수화기가 그걸 다 지켜보고 있었지. '자니'는 너무 뻔한 것 같고, '잘 지내?'는 너무 남 같고. 마침표를 지우고 물음표를 붙였다가, 물음표는 부담스러워 보일까 봐 다시 마침표로 돌리고. 그러다 화면 밝기를 한 칸 줄이더라.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이럴 때 흔히들 "먼저 연락하면 지는 거야"라고 하지. 별이가 보기엔 좀 달라. 연락은 승부가 아니거든. 이기고 지는 게 걸린 일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오래 망설일 이유도 없어. 오래 망설인다는 건 그 사람 자리가 네 안에서 아직 크다는 뜻이지, 네가 약해서가 아니야.

연락을 못 하는 건 답을 몰라서가 아니야. 대개는 마음이 잠깐 멈춰 서 있어서야. 보내면 어떻게 될까, 안 보내면 후회할까. 그 사이에 발이 걸려서 밤만 길어지는 거지.

별이가 유리에 비춘 카드는 매달린 사람이야. 거꾸로 매달린 고양이 한 마리. 답답해 보이지? 근데 두 군데만 잘 봐. 첫째, 걸려 있는 건 뒷발 하나뿐이야. 온몸이 묶인 게 아니라 마음먹으면 언제든 내려올 수 있는 자세라는 뜻이지. 둘째, 표정에 고통이 별로 없어. 떨어지는 중이 아니라 스스로 그러고 있는 거야. 그래서 이 카드는 "지금 못 움직이는 건 실패가 아니라, 잠깐 멈춰서 다르게 보는 시간"이라고 말해. 거꾸로 매달리면 서 있을 땐 안 보이던 게 보이거든. 방금 별이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 오늘 밤은 전송 버튼과 씨름하는 대신, 딱 한 번만 뒤집어 보자. 이 연락으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그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은 건지, 아니면 이 밤의 조용함이 견디기 싫은 건지. '보내고 싶은 마음'과 '외로워서 보내려는 마음'은 닮았지만 다른 마음이야. 그것만 구분돼도, 어느 쪽을 고르든 후회가 훨씬 적어.

근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져. 이미 몇 번 보냈는데 답이 짧게 끊겼거나, 읽고 지나간 밤이 쌓여 있다면 — 그땐 보낼 문장을 고르는 것보다, 답이 안 와도 괜찮을 만큼 지금의 네가 단단한지를 먼저 보는 게 나아. 그 사람 마음은 별이도 못 읽어. 그건 그 사람만 아는 거니까. 대신 네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는 네가 알잖아.

오늘 밤에 실제로 되는 건 하나야. 보내려던 문장을 메모장에 옮겨 적고 하룻밤 재워두는 것. 아침에 다시 열어봐. 그때도 보내고 싶으면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마음일 확률이 높고, 시들해져 있으면 그것도 답이야.

그 사람은 결국 부스에서 나왔어. 보냈는지 안 보냈는지는 별이도 몰라 — 유리에 김이 서려서 마지막 화면은 안 보였거든. 그래도 어깨가 들어갈 때보다 조금 내려가 있더라. 보낼지 말지는 네 몫이야. 별이는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말 안 해. 다만 이 부스가 마음에 들더라. 아무도 재촉하지 않고, 밤새 불만 켜 두잖아. 오늘 밤 네 마음도 그렇게 켜둔 채로 두자. 답은 내일의 네가 더 잘 알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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