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가 가까운 시간의 버스 정류장. 별이는 정류장 지붕에 엎드려 별꼬리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있었어. 버스가 한 대 서고, 문이 열리고 — 근데 그 사람은 안 탔어. 노선도만 한참 올려다보다가 버스를 그냥 보내더라. 한 손엔 식어가는 커피, 화면엔 채용 공고.
이직 고민의 얼굴은 두 개야. 설렘, 그리고 두려움. 새 자리를 상상하면 가슴이 조금 뛰는데, 바로 다음 순간 겁이 나. 여기서 쌓은 게 아까워서, 낯선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일까 봐. 이 둘이 번갈아 올라오니까 밤마다 같은 자리를 맴도는 거지.
별이는 노선도 옆에 카드 두 장을 비췄어. 펜타클 8 — 작업대 앞에서 별을 하나씩 새기는 장인의 카드. 네 실력은 회사 이름표가 아니라 네 손에 새겨져 있다는 뜻이야. 어디로 옮겨도 그건 같이 가. 그리고 전차 — 이 카드는 속도보다 방향을 먼저 물어. 액셀은 나중 문제고, 핸들이 먼저라는 거지.
그러니 오늘 밤 정리할 질문은 "옮길까 말까"가 아니야. 지금 있는 곳이 싫어진 건지, 가고 싶은 곳이 생긴 건지. 이름만 같은 고민일 뿐, 이 둘은 출발점부터 서로 달라. 목적지 없이 노선도만 보면 어느 버스든 다 애매해 보이는 법이거든.
버스 몇 대쯤 더 보내도 돼. 방향이 정해지면 올라타는 건 의외로 금방이거든. 어느 번호에 오를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네가 정하는 것 — 별이가 하는 일은 네가 노선도를 읽는 동안 옆자리를 지키는 것 정도야. 노선도가 아는 건 길뿐이야. 목적지는, 그 앞에 서 있는 사람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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