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는 매일 밤 비슷한 시간에 같은 창을 지나가. 그 집 사람은 늘 부지런했거든. 밤 열 시에도 노트북 불빛, 주말에도 책상 앞. 근데 오늘은 좀 달랐어. 현관에 가방을 내려놓은 자세 그대로 바닥에 앉아 있더라. 불은 켜져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해. TV도, 휴대폰도, 저녁도.
에어컨 실외기 위에 웅크린 채 별이는 생각했어. 아, 저 사람 다 탔구나. 번아웃은 게을러서 오는 게 아니야. 오히려 반대야. 너무 오래, 너무 성실하게 달린 사람한테만 찾아와. 좋아하던 것까지 시들해졌다면 더 확실하고.
그래서 별이는 별꼬리로 창턱에 카드 두 장을 비췄어. 먼저 소드 4. 칼을 내려놓고 잠시 누워 쉬는 사람의 카드야. 이 카드가 하는 말은 하나야. "멈춰." 그리고 그 멈춤은 나태가 아니라 회복이라고. 봐, 칼은 벽에 가지런히 걸려 있어 — 버린 게 아니라 내려놓은 거야.
함께 나온 절제는 두 잔 사이로 물을 옮기는 카드야. 균형 이야기지. 뭐든 한쪽으로만 쏟아부으면 언젠가 바닥이 드러나. 오늘은 뜨겁게도 차갑게도 말고 그냥 가운데. 몰아붙이지 말고, 딱 숨 쉴 만큼만.
그러니 오늘 밤은 뭘 더 해내려고 하지 마. 대신 시끄러운 걸 딱 하나만 꺼봐. 알림이든, 머릿속 걱정이든. 화면을 엎어두고 물 한 잔 천천히 마시는 것 — 그거 하나면 오늘 몫은 끝난 거야.
그리고 이 말은 꼭 하고 갈게. 많이 지쳤다면 카드보다 먼저, 곁에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의 손을 잡아. 쉬는 건 약해서가 아니라 다시 걷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별이는 내일도 그 창을 지나갈 거야. 불이 조금 일찍 꺼져 있으면 좋겠다.
지금 네게 필요한 한 장은? 무료로 뽑아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