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산책로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자리에 낡은 이정표가 하나 서 있어. 별이는 가끔 그 위에 올라가 앉아. 대부분의 사람은 망설임 없이 지나가는데, 오늘 밤 그 사람은 아니었어. 이어폰을 꽂은 채 왼쪽 길과 오른쪽 길을 번갈아 보다가, 결국 옆 벤치에 앉아버리더라.
산책길이야 어디로 가도 그만이지. 근데 별이는 알았어 — 저 사람이 고르고 있는 건 산책로가 아니야. 마음속에 훨씬 큰 갈림길이 있는 거야. 어느 쪽도 완벽하게 안전해 보이지 않아서, 눈을 질끈 감고 결정을 미루는 중인 거지.
벤치에 앉아서도 그 사람은 계속 고르고 있었어. 무릎에 팔꿈치를 얹고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여섯 번쯤 두드리다 멈추고, 또 여섯 번. 그 박자를 세다가 별이는 생각했어. 겁난다는 말은 한 덩어리가 아니라고. 안에 여러 개가 섞여 있거든. 고른 게 틀릴까 봐 무서운 마음, 한번 가면 못 돌아올까 봐 무서운 마음, 남들이 뭐라 할까 봐 무서운 마음. 셋은 생김새가 비슷한데 무게가 전혀 달라. 세 번째 것 때문에 밤을 새우고 있었다면, 그건 좀 억울하잖아.
별이는 꼬리 끝 별을 조금 밝혀 카드 두 장을 벤치 앞에 비췄어. 소드 2. 검 두 자루를 앞에 엇갈려 두고,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는 고양이의 카드야. 잠깐 그러는 건 괜찮아.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니까. 다만 그 눈, 누가 가린 게 아니라 스스로 감은 거야. 그리고 그 뒤로는 잔잔한 물과 먼 언덕이 트여 있을 뿐이야. 막고 선 게 아무것도 없어. 못 가는 게 아니라, 눈을 감고 있어서 아직 안 보이는 것뿐이지. 눈을 뜬다고 선택지가 늘어나진 않아. 원래 거기 있던 게 보일 뿐이야.
함께 나온 정의는 저울과 곧게 선 검이 같이 놓인 카드야. 여기서 별이가 눈여겨보는 건 저울이 아직 한쪽으로 기울어 있지 않다는 거야. 결론이 난 저울이 아니라, 지금 재는 중인 저울이지. 감정을 잠깐 빼고 따져보라는 뜻이고. 양쪽의 좋은 점과 무서운 점을 종이에 나란히 적어보면, 머릿속에서만 뱅뱅 돌던 게 의외로 두 줄로 정리돼. 무서운 점 옆에는 한 줄만 더 붙여봐. "이게 진짜 일어나면, 나는 그때 뭘 할 수 있지?" 이 한 줄이 형체 없던 공포를 크기가 있는 문제로 바꿔놓더라.
이럴 때 흔히 "후회 없는 선택을 하라"고들 하는데, 별이가 보기엔 좀 이상한 말이야. 후회 없는 선택 같은 건 없어. 어느 쪽을 골라도 안 고른 쪽은 남거든. 그러니 후회를 없애려 하지 말고, 나중에 힘들 때 붙잡을 이유 하나를 챙겨. "그때 나는 이래서 이걸 골랐다" — 그 문장 하나 있는 사람은 흔들려도 덜 무너져.
여기서 하나는 갈라서 봐야 해. 기한이 밖에서 다가오고 있는 경우. 다음 주까지 답을 줘야 한다든가, 자리가 언제까지만 열려 있다든가. 그럴 땐 미루는 것도 결국 하나의 선택이 돼 — 다만 내가 고른 게 아니라 시간이 대신 골라준 선택이지. 그건 좀 아깝잖아. 반대로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면, 오늘 밤 억지로 정하지 않아도 정말 괜찮아.
그리고 별이가 진짜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야. '갈까 말까'를 그만 묻고,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를 물어봐.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나아가고 싶은 마음은 얼핏 비슷해 보여도 방향이 정반대거든. 둘 다 틀린 건 아니야. 다만 어느 쪽인지 알고 출발하는 게 나아. 도망도 알고 도망치면 전략이 되고, 모르고 도망치면 다음 갈림길에서 똑같은 벤치에 또 앉게 되더라.
그 사람은 한참 뒤에 일어섰어. 이어폰을 빼서 주머니에 넣고, 왼쪽 길로 갔지. 그게 마음속 갈림길의 답이었는지는 별이도 몰라. 다만 앉아 있을 때보다 걸음이 조금 빨랐어. 결정은 오늘 밤 안 내려도 돼. 별이는 길을 대신 정해주진 않아 — 다음 한 걸음은 언제나 네 몫이야. 대신 네가 어느 쪽을 고르든 그 초입에 별 하나는 미리 놓아둘게. 이정표 위에 앉는 고양이가 하는 일이 그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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