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의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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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기일 때, 관계를 다시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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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여덟 시, 별이는 어느 집 베란다 난간을 소리 없이 걷고 있었어. 구석에 화분이 하나 있는데 잎이 영 시들해. 주인은 물을 주긴 줘 — 근데 화면에서 눈을 안 떼고 손만 뻗어서 주더라. 별이는 봤지. 그 잎 뒤에 조그만 새순이 하나 올라와 있는 거. 주인만 몰라. 별이가 별꼬리로 새순 쪽을 가리켜도 봤는데, 고양이 손짓은 원래 잘 안 통하더라.

권태기의 마음이 딱 그래. 나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심드렁해. 설렜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이대로 괜찮은 건가 싶고. 그 마음, 이상한 거 아니야. 오래 같이 걸으면 누구든 한 번은 지나는 구간이거든.

별이는 화분 옆에 카드 한 장을 비췄어. 컵 4. 눈앞에 잔이 놓여 있는데도 팔짱을 끼고 딴 데를 보는 사람의 카드야. 이 카드는 관계가 끝났다고 말하지 않아. 대신 조용히 물어. "이미 네 앞에 와 있는 좋은 것을, 지금 못 보고 있진 않아?"

권태는 마음이 식었다는 판정이 아니라, 눈이 잠깐 무뎌졌다는 신호일 때가 많아. 당연해져서 안 보이게 된 다정함 — 늘 같은 자리에 있어서 오히려 눈에 안 걸리는 것들 말이야. 물론 상대의 마음까지 별이가 대신 읽어줄 순 없어. 그건 그 사람만 아는 거니까. 다만 네 쪽 눈은 오늘 다시 떠볼 수 있잖아.

이 관계에서 새삼 고마웠던 게 뭐였는지, 오늘 하루 잠깐 떠올려봐. 거창할 것 없이 딱 하나면 충분해. 계속 걸을지, 어떻게 걸을지는 그다음에 네가 정하면 돼. 별이는 내일 밤에도 그 베란다에 들러볼 생각이야. 주인이 그 새순을 알아보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지금 이 관계엔 어떤 카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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