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부터 별이는 어느 건물 옥상, 물탱크 옆 평상에 엎드려 있었어. 하늘엔 뿌연 구름 뒤로 달이 흐릿하게 걸려 있었고. 옥상 문이 끼익 열리더니 슬리퍼 차림의 사람이 하나 올라와, 별이가 있는 줄도 모르고 평상 반대쪽 끝에 털썩 앉더라. 뭘 하러 온 게 아니라, 그냥 숨 쉬러 온 얼굴이었어.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마음이 축 가라앉는 날, 있지. 이유를 찾아보려 해도 잘 안 잡히는 날. 근데 별이는 그런 날 이유를 캐는 걸 권하지 않아. 흐린 하늘한테 "왜 흐려?"라고 따져 물어봤자, 하늘도 할 말이 없거든.
별이는 별꼬리를 평상 쪽으로 늘어뜨려 카드 두 장을 비췄어. 달 — 오늘 하늘이랑 똑같이 어렴풋하고 모호한 마음. 그리고 컵 5 — 마음 한구석의 옅은 아쉬움. 둘이 같이 나오면 별이는 이렇게 읽어. "오늘은 억지로 답을 내지 않아도 되고, 밝은 척은 더더욱 안 해도 되는 날."
날씨에 흐린 날이 있듯 마음에도 흐린 날이 있는 거야. 그런 날의 할 일은 하나도 안 대단해. 큰 결정은 내일로 미루기, 따뜻한 거 한 잔, 좋아하는 노래 하나, 그리고 이불까지 무사히 도착하기. 거기까지 하면 오늘 몫은 다 한 거야.
하나만 조용히 얹어둘게. 이 흐림이 너무 무겁거나 너무 오래간다 싶으면, 곁의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손을 내밀어 줘. 그건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비 오는 날 우산을 챙기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 사람은 바람을 좀 쐬다가 별이를 발견하고는, 그날 처음으로 옅게 웃고 내려갔어. 별이는 남아서 구름을 조금 더 지켜봤는데 — 구름이 지나간 자리로 달이 잠깐 얼굴을 내밀더라. 오늘 못 본 사람은, 내일 몫으로 남겨두면 돼.
오늘의 마음을 한 장으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