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지하철엔 이상하게 솔직한 얼굴들이 실려 가. 조는 얼굴, 지친 얼굴, 그리고 오늘은 — 실실 웃는 얼굴 하나. 별이는 맨 끝 칸 구석에 얌전히 앉아 있었어. (고양이가 어떻게 탔는지는 묻지 말자. 고양이 일이야.) 그 사람은 휴대폰을 보다가 웃고, 창밖 어둠을 보다가 또 웃고, 그러다 문득 웃음을 거두고 한숨을 쉬었어. 설렘과 걱정이 같은 칸에 타고 있더라.
좋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이상하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좋다'가 아니라 '어떡하지'일 때가 있지. 시작해도 될까. 또 다치면 어쩌지. 지난번처럼 되면 어쩌지. 마음은 이미 출발했는데, 머리가 자꾸 비상 정지 버튼을 찾는 거야.
별이가 어두운 차창에 비춘 카드는 컵 에이스와 연인이야. 컵 에이스는 잔에 마음이 새로 차오르는 카드 — 말라 있던 자리에 다시 물이 도는 거, 그거 생각보다 흔한 일 아니야. 그리고 연인은 사랑을 보장해주는 카드가 아니라 방향을 고르는 카드야. 둘이 같이 나오면 별이는 이렇게 읽어. "지금 차오르는 그 마음은 진짜야. 이제 그걸 어디로 흘려보낼지 고르는 건 네 차례고."
미리 말해둘게 — 이 두 장이 비추는 건 전부 네 쪽이야. 그 사람 마음까지는 카드의 불빛이 안 닿아. 거긴 그 사람의 영역이거든. 근데 "시작해도 될까"라는 질문의 답은 애초에 그쪽에 있지 않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천천히 알아가면 되는 거고, 오늘 확인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야. 그 사람을 떠올릴 때 네 마음이 설레서 차오르는지, 불안으로 출렁이는지.
상처받을까 봐 미리 문을 잠그는 건 안전해 보여도, 좋은 것까지 문밖에 세워두는 일이야. 그렇다고 서두르란 얘기도 아니고. 잔은 급하게 채우면 넘치니까, 천천히 하면 돼. 다만 문 앞까지 와서 찰랑이는 마음한테, 오늘은 모른 척 말고 인사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을까.
지금 이 마음을 한 장으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