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반, 사무실 건물 앞 화단 경계석에 별이가 앉아 있었어. 유리문이 열리고 마지막 퇴근자가 나오더라. 그 사람, 몇 걸음 걷다가 멈춰 서서 목에 건 사원증을 벗었어. 그러고는 한참을 그냥 들고 서 있는 거야. 쓰레기통이 바로 옆에 있었거든. 별이는 그 손이 어디로 갈지 지켜봤지.
"다 그만두고 싶다." 그 마음은 예고 없이 훅 올라와. 상사의 말 한마디, 야근 끝의 텅 빈 거리, 뭐 하나가 방아쇠가 되면 전부 다 무너뜨리고 싶어지지.
별이는 별꼬리를 한 번 반짝여 경계석 위에 카드 두 장을 비췄어. 탑 — 번개에 맞아 무너지는 탑의 카드. 무섭게 생겼지? 근데 이 카드가 비추는 건 "회사를 부숴"가 아니야. 네 안에서 뭔가가 "이대로는 안 돼"라고 소리치고 있다는 사실이야. 충동은 나쁜 게 아니라 신호야. 다만 그게 오늘 하루치의 화인지, 몇 달째 같은 자리에서 올라오는 목소리인지는 구분해볼 가치가 있어.
그리고 펜타클 8이 옆에서 조용히 말해. 네가 거기서 보낸 시간은 건물이 무너져도 같이 안 무너져. 작업장이 문을 닫는다고 그동안 완성해둔 작품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네 실력도, 버텨낸 기록도 그렇게 이미 완성된 채로 남아. 그러니 그만두는 게 곧 전부 잃는 건 아니야.
오늘 밤은 사원증을 던지는 대신 딱 한 줄만 적어봐. 이 충동이 몇 번째인지, 언제부터였는지. 그리고 마음이 너무 오래 무거우면 혼자 버티지 말고 곁의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기대도 돼. 던질지 말지는 그다음에 정해도 안 늦어 — 그건 언제나 네 몫이니까. 참, 그 사람은 사원증을 주머니에 넣고 갔어. 오늘은. 내일은 내일의 선택이 또 있겠지.
일의 길목에서 한 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