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의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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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문제로 불안할 때

은행은 문을 닫아도 불 하나는 밤새 못 꺼. 자정 가까운 시간의 365코너. 별이는 그 앞 보도블록에 꼬리를 말고 앉아 있었어. 유리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가더니, 돈을 뽑는 것도 아니면서 화면 앞에 오래 서 있더라. 잔액 조회. 숫자를 확인하고, 한숨 한 번, 조금 있다 또 확인. 숫자는 그새 안 변했는데.

통장을 볼 때마다 마음이 추워지는 시기가 있어. 낮엔 그럭저럭 지내다가도 밤이 되면 그 숫자가 이불 속까지 따라 들어오지. 별이는 그 마음을 가볍게 보지 않아. 돈 걱정은 마음 한 칸이 아니라 집 전체를 흔드는 걱정이니까.

별이가 유리문에 비춘 카드는 펜타클 5야. 눈보라 속을 걷는 두 사람의 그림. 춥고 부족해 보이는 카드 맞아. 근데 이 그림엔 두 사람이 못 보고 지나치는 게 하나 있어. 바로 옆에 환하게 불이 켜진 창이 있다는 것. 도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고개를 숙이고 걷느라 못 본 거야. 불안이 깊어지면 시야가 그렇게 좁아지거든.

별이는 재테크를 몰라. 어디에 뭘 하라는 얘기는 할 줄도 모르고, 하지도 않을 거야. 대신 이것만은 말할 수 있어 — 돈 불안은 혼자 끌어안고 있을 때 제일 빨리 커져. 숫자 그 자체보다 "이걸 아무한테도 말 못 한다"는 고립감이 밤을 더 춥게 만들더라. 그러니 믿을 만한 사람에게 걱정을 절반만이라도 소리 내어 말해봐. 말이 되어 나온 걱정은 머릿속에 있을 때보다 한 뼘은 작아져. 그리고 현실의 어려움이 정말 크다면, 금융복지상담 같은 전문 창구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그 창들은 생각보다 가까이 켜져 있어.

오늘 밤은 잔액 조회를 그만 눌러도 돼. 그 숫자는 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도, 네가 어떤 사람인지도 말해주지 못해. 눈보라 속을 걷는 동안 딱 하나만 해줘 — 고개를 조금 드는 것. 켜진 창은 언제나, 네 생각보다 하나쯤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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