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이의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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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작이 두려운 날

문 닫은 문구점 앞에도 가끔 밤손님이 있어. 밤 열 시 반, 입간판 위에 앉아 있던 별이는 진열창 앞에 멈춰 선 사람을 봤어. 유리 안엔 새 다이어리들이 나란히 누워 있었지. 그 사람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그냥 돌아섰어. 내일부터 새 일이 시작된다는 얼굴이었어. 설렘 반, 도망가고 싶은 마음 반.

새 일, 새 자리, 새 사람. '새'가 붙은 것들 앞에서 마음이 자꾸 뒷걸음질 치는 밤이 있지. 하고 싶은 마음과 겁나는 마음이 같은 크기로 동시에 올라와서, 어느 쪽이 진심인지 헷갈리는 밤.

시작 전날 밤엔 이상한 일들이 벌어져. 몇 시에 나가야 하는지 이미 아는데 지도 앱으로 경로를 세 번 확인하고, 옷장 앞에서 너무 튀지도 너무 무심하지도 않은 옷을 찾다가 결국 제일 무난한 걸 꺼내 걸어두고, 알람을 두 개 맞춰놓고도 새벽에 한 번 깨서 시계를 봐. 별이는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생각해. 저건 겁이 많은 게 아니라 잘하고 싶은 거라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에 저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없거든.

별이는 진열창 유리에 카드 두 장을 비췄어. 먼저 광대. 챙긴 짐이라곤 발치에 굴러다니는 별 모양 털실뭉치 하나뿐인데, 벌써 걸음을 떼고 있는 카드야. 사람들은 이걸 보고 "겁도 없네" 하지. 별이는 반대로 읽어. 광대도 겁났을 거야. 다만 겁이 다 걷힐 때까지 기다리면 영영 못 떠난다는 걸 알았던 거지. 준비물이 저렇게 초라한 것도 그래서 마음에 들어. 완벽하게 꾸린 짐을 기다렸다면 저 고양이는 아직도 능선 아래에 앉아 있었을 테니까. 발밑은 둥글게 말린 능선이라 그 너머가 하나도 안 보이고, 대신 그 아래로 별들이 지그재그로 이어진 길이 놓여 있어. 길은 있는데 끝이 안 보이는 거지.

그리고 완드 에이스 — 이제 막 그어진 성냥불 같은 카드야. 크게 번지기 전의 불은 다 작고, 흔들려. 그래서 더 아까운 거고. 이 카드에서 별이가 좋아하는 건 뻗은 손이야. 별빛 쪽으로 손을 뻗고 있는데, 손끝과 별 사이에 아직 거리가 조금 남아 있어. 쥔 게 아니라 닿으려는 중인 거지. 새 시작 앞의 마음이 딱 그래. 아직 아무것도 손에 없는 게 당연해. 그 남은 거리만큼이 앞으로 네가 채워갈 몫이니까.

두 카드가 같이 말해. 두려움은 네가 지금 진짜 중요한 것 앞에 서 있다는 증거라고. 아무래도 좋은 일엔 애초에 겁이 안 나거든. 그러니 그 떨림을 없애야 할 결함으로 보지 말고, 방향이 맞다는 표시등쯤으로 봐도 돼.

다만 그 떨림에 설렘이 한 톨도 안 섞여 있다면, 그건 좀 다른 얘기야. 며칠째 잠이 안 오고 아침마다 가슴이 눌린 것처럼 무겁다면, 시작이 무서운 게 아니라 몸이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걸 수도 있어. 그럴 땐 혼자 견디지 말고 곁의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한 번쯤 털어놔도 돼. 그것도 시작을 준비하는 방법이야.

그렇다고 눈 감고 뛰어들라는 얘기는 아니야. 별이는 "일단 질러"라고는 안 해 — 높은 데서 함부로 구르는 고양이 못 봤지? 완벽하게 준비된 시작이 없다는 말은 준비 없이 가라는 말이 아니라, 조금 떨리는 채로 출발해도 괜찮다는 말이야. 오늘 할 일은 아주 작아도 돼. 다이어리 첫 장에 날짜 하나 적는 것. 내일 입을 옷을 미리 걸어두는 것. 첫날 점심에 뭘 먹을지 하나 정해두는 것. 내일의 결정을 오늘 밤의 나한테 한두 개 떠넘겨 두면, 내일 아침이 그만큼 가벼워지거든.

몇 걸음 가던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어. 유리에 손을 대고 안을 한 번 더 들여다보더라. 아까보다 오래는 아니고, 딱 두어 번 숨 쉴 만큼. 그러고는 갔어. 내일 저 다이어리를 사러 다시 올까? 그건 별이도 몰라. 사는 것도, 첫 장을 여는 것도 그 사람 몫이지. 다만 이건 알아 — 첫 장이 어색한 건 잠깐이야. 두 번째 장부터는 손이 알아서 편해지더라.

새 시작 앞에서 한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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