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의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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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작이 두려운 날

문 닫은 문구점 앞에도 가끔 밤손님이 있어. 밤 열 시 반, 입간판 위에 앉아 있던 별이는 진열창 앞에 멈춰 선 사람을 봤어. 유리 안엔 새 다이어리들이 나란히 누워 있었지. 그 사람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그냥 돌아섰어. 내일부터 새 일이 시작된다는 얼굴이었어. 설렘 반, 도망가고 싶은 마음 반.

새 일, 새 자리, 새 사람. '새'가 붙은 것들 앞에서 마음이 자꾸 뒷걸음질 치는 밤이 있지. 하고 싶은 마음과 겁나는 마음이 같은 크기로 동시에 올라와서, 어느 쪽이 진심인지 헷갈리는 밤.

별이는 진열창 유리에 카드 두 장을 비췄어. 먼저 광대. 봇짐 하나 달랑 메고 첫걸음을 떼는 카드야. 사람들은 이 카드를 보고 "겁도 없네" 하는데, 별이 생각은 좀 달라. 광대도 겁났을걸. 다만 겁이 다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영영 못 떠난다는 걸 알았던 거지. 그리고 완드 에이스 — 이제 막 그어진 성냥불 같은 카드야. 크게 번지기 전의 불은 다 작고, 흔들려. 그래서 더 아까운 거고.

두 카드가 같이 말해. 두려움은 네가 지금 진짜 중요한 것 앞에 서 있다는 증거라고. 아무래도 좋은 일엔 애초에 겁이 안 나거든. 그러니 그 떨림을 없애야 할 결함으로 보지 말고, 방향이 맞다는 표시등쯤으로 봐도 돼.

그렇다고 눈 감고 뛰어들라는 얘기는 아니야. 별이는 "일단 질러"라고는 안 해 — 높은 데서 함부로 구르는 고양이 못 봤지? 완벽하게 준비된 시작이 없다는 말은 준비 없이 가라는 말이 아니라, 조금 떨리는 채로 출발해도 괜찮다는 말이야. 오늘 할 일은 아주 작아도 돼. 다이어리 첫 장에 날짜 하나 적는 것. 내일 입을 옷을 미리 걸어두는 것. 그 정도.

그 사람이 내일 저 다이어리를 사러 다시 올까? 그건 별이도 몰라. 사는 것도, 첫 장을 여는 것도 그 사람 몫이지. 다만 이건 알아 — 첫 장이 어색한 건 잠깐이야. 두 번째 장부터는 손이 알아서 편해지더라.

새 시작 앞에서 한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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