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뒤편 무인 반납함은 밤마다 두어 번쯤 철컹, 소리를 내. 별이는 그 소리를 동네 시계처럼 여겨왔어. 8월의 끝자락이라 밤공기에 서늘한 결이 한 겹 섞이기 시작한 그날, 반납함 앞에 사람이 섰는데 소리가 한참 안 났어. 책 두 권을 안은 채, 투입구 앞에 그냥 서 있더라.
통화를 막 끊고 온 얼굴이었어. 친구가 웃으면서 던진 말이 아직 귀에 남아 있는 거지. "야, 그거 벌써 몇 주째야?" 악의야 없었겠지. 그래도 그런 한마디가 반납 기한 스티커처럼 이마에 딱 붙어버리는 밤이 있잖아. 그 사람은 책 뒷장 날짜 대신 자기 마음의 날짜를 세고 있었어.
요즘 다들 그런 얘기 하더라. 썸은 한 달 안에 결론이 나야 한다느니, 세 번쯤 만나면 말해야 한다느니.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속도표가 하나 돌아다니는 거야. 거기에 내 마음이 안 맞으면 생각이 줄줄이 따라붙지. 나만 느린가, 지금 말 안 하면 늦는 건가, 이러다 재는 사람처럼 보이면 어쩌지.
별이는 반납함 옆 시멘트 턱에 올라가 별꼬리 끝으로 먼지를 슥 쓸어 자리를 내고, 카드 두 장을 내려놨어. 펜타클 7. 나무 격자를 타고 오른 덩굴에, 별이 새겨진 동그란 열매가 일곱 개 달려 있어. 눈여겨볼 건 높이야. 맨 위 하나는 격자 꼭대기까지 올라갔고, 아래쪽 몇은 아직 잎사귀 사이에 낮게 달려 있어. 같은 덩굴, 같은 흙인데 올라온 자리가 제각각인 거지. 흙바닥엔 모종삽이 놓인 채고, 고양이는 옆에 앉아 보고만 있어.
옆에 놓인 컵 페이지는 달빛 깔린 물가야. 고양이가 잔 하나를 내려다보는데, 그 안에 아주 작은 별이 떠 있어. 잔물결에 겨우 뜰 만큼 작지. 그래도 엄연히 별이지. 아직 이름 안 붙은 마음이 딱 저만 해.
조바심이 드는 건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야. 아까워서 그래. 아무래도 좋은 일 앞에서는 사람이 초조해지지 않거든. 그리고 남이 만든 시계는 남의 손목에 맞춰 채워진 거야. 네 마음이 지금 몇 시인지는 그 시계가 알 리 없고.
언제가 맞는지는 별이도 몰라. 대신 오늘 밤엔 이것만 해봐. 메모장에 한 줄 적는 거야. "나는 ◯◯◯쯤 되면 말하고 싶어질 것 같아." 빈칸이 잘 안 채워져도 괜찮아. 안 채워진다는 것도 정보거든. 이 조바심이 몇 주째 잠까지 갉아먹는다면, 혼자 굴리지 말고 가까운 사람한테 소리 내어 털어놔도 돼.
한참 뒤에야 철컹, 소리가 났어. 뚜껑이 닫히고 그 사람은 손을 털고 돌아섰지. 기한은 책에나 붙어 있는 거고, 오늘 그 사람은 그걸 하나 내려놓고 갔어. 그날 밤 반납함 소리는 그게 다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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