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이어지던 밤, 별이는 24시간 마트에 들어가 있었어. 고양이한테 여름의 마트란 바닥이 시원한 곳이거든. 스낵 진열대 위에 앞발을 모으고 있는데, 한 사람이 카트를 밀고 여행용품 코너 앞에 멈춰 섰어. 카트엔 선크림과 목베개, 손엔 휴대폰. 화면엔 시간 단위로 빼곡한 휴가 일정표가 떠 있더라. 빈칸이 하나도 없는.
쉬러 가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어. 시험 전날의 얼굴이었지. 저장해 둔 숙소는 열몇 개, 뭘 골라도 아쉬울 것 같고, 이번 휴가를 완벽하게 보내지 못하면 어쩐지 손해일 것 같은 마음. 회복하려고 떠나는 건데 계획을 짜다가 먼저 지쳐버리는 — 여름마다 별이가 자주 보는 표정이야.
별이는 카트 안 목베개 위에 카드 두 장을 살짝 비췄어. 컵 7 — 구름 위에 잔이 일곱 개나 떠 있는 카드. 선택지가 많아서 좋은 게 아니라, 많아서 아무것도 못 고르게 되는 마음을 비추는 카드야. 그리고 완드 4 — 기둥 네 개에 꽃을 걸어둔, 쉼과 안도의 카드. 근데 그림을 잘 봐. 여긴 지붕이 없어. 다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벌써 그 아래서 웃고 있잖아. 쉼은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낸 다음에 받는 상이 아니라는 뜻이야.
쉬는 것까지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휴가는 또 하나의 숙제가 돼. 알차게 못 쉬면 본전을 못 뽑는 것 같고. 근데 회복은 일정표의 채운 칸이 아니라 빈칸에서 일어나더라. 늦잠, 멍하니 보낸 오후, 계획에 없던 낮잠 같은 데서.
그러니 이번엔 일정표에 비워둔 칸을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때. 그 칸에 뭐가 들어올지는 가서 정해도 되고, 아무것도 안 들어와도 돼. 어디로 갈지, 얼마나 비울지는 네가 정하는 거야. 별이는 계획 없이도 하루 스무 시간을 쉬는데 — 이 방면으론 꽤 전문가로서 하는 말이야.
이번 여름 네 계획표에서 제일 좋은 칸은, 어쩌면 빈칸일지도 몰라. 떠나기 전 마음, 한 장으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