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의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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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후유증, 다녀왔는데 일상이 낯설 때

여름이 끝물로 접어든 평일 저녁, 별이는 버스 정류장 지붕 위에 배를 깔고 있었어. 낮 동안 데워진 지붕이 미지근해서 딱 좋거든. 버스가 서고 한 사람이 내렸는데, 출근 가방 옆면에 비행기 수하물 스티커가 아직 붙어 있더라. 떼는 걸 잊은 건지, 뗄 기운이 없는 건지.

걸음이 어딘가 낯설었어. 휴가에서 돌아온 지 며칠 됐는데, 몸만 먼저 도착하고 마음은 아직 짐칸 어딘가에 있는 사람의 걸음. 요즘 별이가 자주 보는 얼굴이야. 메일함 열기가 이상하게 무겁고, 오전이 평소의 두 배로 길고, 지난달엔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이 갑자기 버겁고. 그러다 슬며시 이런 생각까지 드는 거지. '나, 다녀와서 게을러졌나.'

별이는 지붕에서 내려와, 물고 온 카드 한 장을 그 사람 발치에 앞발로 툭 — 밀어놨어. 고양이가 뭘 물어다 주는 건 원래 꽤 큰 호의야. 운명의 수레바퀴. 하늘에 커다란 바퀴 하나가 떠서 도는 그림이지. 이름은 거창한데 하는 말은 단순해. 모든 리듬은 돌고, 도는 것엔 올라가는 구간과 내려오는 구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멈췄던 바퀴가 다시 구를 땐, 처음 한 바퀴가 제일 뻑뻑하다는 것. 바퀴가 고장 나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거야.

생각해 보면 휴가란 일상의 리듬을 일부러 끊는 일이잖아. 실컷 끊어놓고 와서, 돌아오자마자 예전 박자가 안 잡힌다고 자책하는 건 좀 억울한 얘기야. 며칠쯤 헛도는 건 네가 망가진 게 아니라 리듬이 다시 맞물리는 중이라서 그래. 푹 쉬고 온 사람일수록 그 삐걱임이 더 클 수도 있고.

그러니 이번 주는 출력을 반쯤 줄인 채로 굴러가도 돼. 캐리어도 오늘은 한 칸만 풀고. 다만 이 가라앉음이 2주 넘게 이어지고 좋아하던 것까지 계속 시들하다면, 그건 의지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 전문가와 한번 얘기해봐도 되는 일이야. 약해서가 아니라, 확인해볼 때가 된 것뿐이지.

속도는 천천히 올려도 돼. 바퀴는 재촉한다고 더 빨리 돌지 않더라. 별이는 다시 지붕에 올라가 다음 버스나 구경할래. 바퀴 구르는 걸 보는 건 고양이한테 의외로 안 질리는 일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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